자유게시판
 

 
작성일 : 17-01-31 12:03
조행기 : 허수아비가 짝사랑을 만나다.
 글쓴이 : 허수아비
조회 : 876  
그것은 끊임없는 짝사랑이었다.
출조 때마다 감성돔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을 품고 가지만
철수길에는 늘 애만 태울 뿐 빈 손이었다.
어떤 때는 수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어떤 때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또는 파도가 심해서 등 갖가지의 이유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심각한 이유는 선장이 아무리 좋은 포인트에 내려줘도
고기를 걸어내지 못하는 어설픈 내 낚시실력이었다.
그렇게 수 년간 손맛다운 손맛을 보지 못하고
감성돔에 대한 짝사랑만 애절하게 키워오면서 지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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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 - 팔포항에서>
 
오래전부터 출조일을 고민했다.
지난 달 동호회 회장배 대회에서 두 번의 총을 쏘고 또 빈 손으로 왔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손맛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수 때까지 들물이 이어지는 성탄절을 잡았다.
남극 장보고기지와 아프리카 가봉에서 일 하느라
몇 년간 낚시를 못가서 안달인 사무실 동료와 출조하기로 날을 잡았는데,
출조 하루 전에 그 동료는 갑작스레 거제에서 볼 일이 생겨
혼자서 출조를 하게 되었다.
낚시점에서 출조지를 물어보니 두미도와 갈도라고 한다.
잠깐 고민을 했다.
내가 늘상 그리워하고 익숙한 두미도를 갈 것인가,
아니면 더 원도권이지만 한 번도 손맛을 본적이 없는 갈도로 갈 것인가?
그동안의 경험을 볼 때 어차피 내가 감성돔을 만날 확률이 적을테니
오랜만에 갈도로 가서 원도권 바람이나 실컷 쐬자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언제나 그렇듯 출조배에 오르기 전에는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오늘 내가 내릴 포인트는 어디며, 바다 상황은 어떠한지,
또 과연 손맛을 볼 수 있을지 기대감을 품고 금양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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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 짝사랑 만나러 가는 길>
 
금양호는 우렁찬 시동소리와 함께 목적지로 향했다.
선장은 미니캡틴이다.
10여 년전만 하더라도 학생이었고 캡틴을 따라 다니며 낚시를 배웠는데
벌써 장가 갈 나이가 다 된 어른으로 성장했다.
나에게 금양호는 많은 추억을 안겨주었다.
10여 년전, 주유소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서
하루 24시간을 직장에 얽매여 있을 때
모처럼 금양호를 타고 낚시를 다녀오면 쌓인 피로감을 다 풀 수 있었다.
내가 가장 힘들어하던 시기에 나를 위로해 주고
삶의 활력소가 되어준 그런 금양호였다.
금양호를 함께 탄 출조자들이 어제는 갈도에서 고기가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는 등의 말들을 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사항이다.
갯바람을 쐬면 그 자체로써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고기에 집착을 하게 되면 레저활동인 낚시자체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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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 - 짝사랑을 만날 포인트들>
 
승선했던 소수의 인원을 내려주기 위해서 먼저 두미도에 도착을 했다.
이때쯤이면 두미도가 가라앉을만큼 복잡하던 섬인데
오늘은 왠일인지 포인트가 텅텅 비어있다.
이런 상황이면 두미도에 내릴까하는 후회가 잠시 밀려오지만
나의 최종선택은 ‘낙장불입(落張不入)’이었다.
두미도를 떠난 배는 갈도를 향해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갈도에 도착을 하니 바다상황이 두미도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불고 너울성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히고 있다.
오늘도 손맛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이쯤에서 바랄 수 있는 희망은 내가 내릴 포인트가
하루 종일 햇볕이 드는 자리였으면 하는 것이다.
다행히 내가 내린 포인트는 갈도 ‘똥여’ 안쪽에 위치한
조그마한 ‘작은 똥여’로 종일 햇볕 걱정은 안해도 된다.
미니캡틴이 본섬과 똥여 사이의 골창을 보고 낚시를
하라면서 제법 포인트 설명을 자세히 해준다.
제대로 된 선장이 다 되었다.
작은똥여는 10여년 전 이 곳에서 낚시를 하던
금양호 선장이 찌케이스를 통째로 바다에 수장시킨 곳이라
짐을 야무지게 정리를 했다.
맞은편 똥여에서 낚시를 하던 내가 팬티바람으로 물에 뛰어들던
금양호 선장의 남자다운 몸매를 보고 반할 정도였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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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똥여에 앉은 외로운 새>
 
채비를 마치고 두 시간정도 낚시를 했지만
정면에서 밀려오는 파도와 작은똥여 아래의 수중턱을 넘으며
물속을 뒤집어 놓는 너울 때문인지 입질을 받지 못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듯 한 시 반이다.
오늘도 손맛보기 어려울 것 같고 도시락이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을 끝내고 준비해간 커피와 음료수를 먹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낚시하던 뒷쪽에 조경지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장난끼가 발동을 했다.
앞쪽에 두시간 동안 밑밥품질을 해두었기 때문에
밑밥도 뿌리지 않고 뒷쪽으로 크릴 한 마리를 끼워서 던져보았다.
채비가 정렬되자말자 찌가 벵에돔 입질처럼 사정없이 들어간다.
처음에는 제법 저항을 했지만 쉽게 감성돔을 뜰채에 담을 수 있었다.
뼘으로 재어보니 30cm를 조금 넘긴 사이즈다.
철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걸려든 모양이다.
다행히 오늘은 아쉬운 사이즈지만 꽝을 면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세 번을 더 크릴만 끼워서 뒤쪽으로 던져보았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다시 앞쪽을 보고 낚시를 하는데
이번에는 앞쪽에 조경지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들물 때라 본섬과 똥여 사이 골창에서 밀려오는 조류, 먼 바다에서
작은똥여로 밀려드는 조류, 작은똥여 뒤를 감아 돌아서 밀려나오는
세 방향의 조류가 만나는 조경지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한 곳에 꾸준하게 밑밥을 넣어주면서 ‘밀어 넣었다 빼기’조법을 구사했다.
조류가 흐르지 않는 조경지대에서는 채비를 최대한 내려주었다가,
한 번씩 뽑아 올렸다 다시 내려주는 나만의 방식이다.
그렇게 하길 한 시간쯤 지난 후,
찌가 스르륵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챔질을 했는데 강하게 저항을 하고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드랙이 끼리릭 거리면서 역회전을 하고 쿡쿡 쳐박는 것으로 보아 제법 큰 놈인 것 같다.
연질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손맛을 마음껏 본 뒤에 띄웠는데
하얀 배를 드러낸 놈의 씨알이 장난이 아니다.
지난번 동호회 회장배대회에서처럼 행여나 터질까봐 조심조심 뜰채에 담았다.
거의 5짜에 육박하는 사이즈였다.(철수후 계측결과는 48cm)
반갑다 이놈아, 내가 너를 얼마나 그리워했는데 이제야 왔니?
오늘은 무려 몇 년만에 제대로 된 손맛을 본 것 같다.
채비점검을 하고 다시 캐스팅을 했다.
하지만 찌보다는 살림망에 눈길이 더 자주 간다.
혹시나 수달이 살림망을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그렇게 하기를 한 시간여 지났다.
갑자기 같이 출조 하기로 했다가 못 온 사무실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랑질을 하고 싶어졌다.
허풍까지 섞어서 자랑에 몰두 하고 있는데
베일을 열어둔 스풀에서 원줄이 슬슬 풀려나간다.
조금전까지 앞쪽에 있던 찌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베일을 닫고 챔질을 했는데, 이번에도 강하게 저항을 해댄다.
조금 전에 한 번 손맛을 본 터라, 더욱 여유 있게 손맛을 즐기고
물위로 띄워보니 앞 번 씨알과 비슷하다.(철수후 계측결과는 46cm)
우와......
오늘은 성탄절인데 느닷없이 용왕님께서 나에게 이런 행운을 주시는구나.
나의 낚시인생에서 이런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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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나의 짝사랑들>
 
수 년동안 쌓인 손맛에 대한 그리움을 화끈하게 풀 수 있었던
나의 짝사랑 상봉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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